카페통인과 함께하는 작은 음악회

 

 

2월 18일 토요일 오후 참여연대 1층, 카페통인에서는 '고음악기타앙상블'의 재능기부로 작은 음악회가 열렸습니다. 작년 7월, 최원희 회원이 활동하는 '프로젝토 코렐리' 그룹의 연주에 이어 두번째로 열린 이번 연주회도 최원희 회원께서 만들어주신 자리입니다. 신임임원, 카페지기, 자원활동가 30여 분이 함께해 주셨습니다. 카페지기 박성희님의 자원활동으로 맛있는 커피를 마시며 고음악의 기타 선율을 음미할 수 있는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참여연대 카페통인은 연주, 그림, 사진 등 문화예술에 재능이 있는 분들의 참여를 적극 환영합니다.

문의 시민참여팀 02-723-4251, we@pspd.org

 

 

*음악회 후기는 아카데미 느티나무 시민기자이자 회원인 박현아 님께서 작성해 주셨습니다.

  

 

[후기]

무릎을 마주대고 나누는 작은 음악회

 

1

이제 세상에 태어난 지 얼추 10년이 다 되어가는 큰딸 아이...

그 녀석의 취미는 피아노 치는 거다. 얌전히 피아노만 치던 녀석이 어느 날부턴가 이런저런 악기에 관심을 가지지 시작했다. 기타소리가 좋다고 해서 우크렐레를 사 주었더니 요즘엔 리코더와 오카리나 연주에도 열을 올린다. 누구 닮았지? 일요일 아침이면 클래식 cd를 틀어놓고 ‘오케스트라에 관하여’라는 책에 열중하는 녀석을 보며 남편과 나는 참 별일이네... 했다. 무작정 음악이 좋다하니... 그래, 좋아해라, 좋아하면 되지, 듣고 연주하고 그러면 되지 뭐.... 하다가도 속마음은 저러다 덜컥 음악을 전공하겠다면 우찌되는 건가... 상상을 초월한다는 레슨비와 예고입시와 비싸기만 한 악기 비용 등등... 온몸에 땀이 삐질거린다.

공연만 해도 그렇다. 웬만한 클래식 연주회는 아이 둘 데리고 선뜻 주말 나들이 삼아 다녀올 만큼 가격이 착하지 않다. 해서 집 근처에 공연을 알리는 포스터가 형형색색 나부껴도, 음악은 귀로 듣는 거다... 하며 cd 사운드로만 아이의 욕망을 간신히 채워가는 중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귀가 솔깃해지는 소식이 들렸다.

 

 

cafe통인과 함께 하는 작은 음악회 - 바흐 동시대 작가들 2.18. sat .4 p.m.

 

 

  IMG_2402.JPG

 

토요일. 공연을 보러나갈 준비를 하는 마음이 가볍게 살랑거린다. 두 딸 아이의 머리도 여느 때보다 곱게 빗기고, 연주를 들을 때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감상하는 자의 자세에 대한 코멘트도 잊지 않고 몇 마디 날렸다.

 

 

2

 

IMG_2404.JPG

 

시간에 너무 딱 맞췄나... 통인 카페는 이미 사람들로 북적인다. 빈자리라고 해야 맨 앞줄 서너 개 뿐... 키 작은 아이들에겐 오히려 그게 낫겠다싶어 맨 앞줄에 네 식구가 키 맞춰 쪼르르 앉았다. 따뜻한 코코아 잔을 하나씩 손에 들고 호호거리는 녀석들 앞으로 클래식 기타를 든 연주자들이 등장한다. 기분 좋은 긴장감이 장내에 흐르고 음악회의 해설을 맡아주신 분이 나서서 오늘 있을 연주회에 대한 짧은 설명을 덧붙였다.

공연에 가기 전 도대체 무슨 연주회에 가는 거냐고 큰 녀석이 끈질기게 물어댔다. 음악적 식견이 전무한 나는 그저 “바로크 음악이라던데...”라고 말을 얼버무릴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보통의 연주회에서는 볼 수 없는, 친절한 설명이 곁들어졌을 때, 난 열심히 아이의 옆구리를 찔러대는 걸로 소심한 복수를 했다. “잘 들어, 설명해주시잖아...” ㅎㅎㅎ

 

 

     IMG_2411.JPG                         IMG_2460.JPG                      

 

그날 연주된 곡들은 G.P. Teleman, Antonio Vivaldi, George Friedrich Handel, Arcangelo Corelli, Anthony Holborne 등의 작품과 바로크 시대의 무곡들이었다.

그나마 이름이라도 아는 헨델과 비발디가 있어 까막눈은 면할 수 있었다. 어차피 나 같은 이에겐 어떤 시대, 누구의 작품, 작품번호 몇 번, 이런 건 아무 의미도 없다. 제목과 작품번호와 다시 그 뒤로 길게 나열되는 외국어의 행렬은... 의미의 옷을 벗어버린 기호일 뿐이다.

 

그래서 듣고 또 듣고, 그저 듣기만 했다. 그리고 보고 또 보고 보기만 했다. 기타의 현 사이를 오가는 손가락 끝, 플롯에 살짝 닿아 파르르 떨리는 입술, 가늘고 긴 관을 관통하며 울리는 리코더의 가냘픈 음색, 연주 시작 전 박자를 맞추기 위해 연주자들 끼리 보내는 눈짓들... 그리고 그런 동작 하나하나를 신기한 듯 들여다보고 있는 작은 녀석의 눈동자와 무곡의 리드미컬한 박자에 맞춰 손장단을 치는 큰 녀석의 두 손과 그 모든 것들의 너머로 보이는 창밖의 겨울 하늘들을....

 

 

3

오페라 하우스에서 오케스트라의 연주를 들어 본 적이 있다. 누가 연주했는지 누구의 작품이었는지 하나도 기억 안 난다. 다만 지금까지도 생각나는 건, 그날 시드니의 날씨와 내 옆자리에 앉았던 노부부와 연주 중간부터 시작되어 끝날 때까지 계속되었던 그 할아버지의 코고는 소리뿐이다.

봄의 기운이 마구 뒤섞인 겨울의 끝자락, 통인 카페에서 작은 연주회가 있었다.

너무도 작은 연주회이어서, 맨 앞줄에 자리한 우리 식구들은 연주자들의 무릎과 그들의 악기에 행여 몸이라도 닿을까 조바심을 내야했다. 하지만 그래서 더욱 또렷해지는 기억들이 있다. 훗날 그때 연주되었던 작품의 제목을 잊고 작곡가의 이름을 잊더라도, 우리의 발과 그들의 발 사이에 작게 놓여 있던 그 공간은 잊지 못할 것이다. 그 공간이 무대와 객석을 나누는 희미한 표석이었다는 것도 잊지 못할 것이다. 더불어 그 경계의 희미함 덕에 그들의 음악을 눈으로 더듬고 손으로 만져볼 수 있었던 짜릿함 또한 쉽게 잊지 못할 것이다.

이렇게 무릎을 마주대고 앉아 나눌 수 있는 음악이라면...

그런 작고 따스한 음악이라면...

큰 녀석이 음악을 하겠다 선언해도... 뭐 그리 걱정할 일은 아니지 싶다. 호홍홍~

Posted by 카페통인

Trackback Address :: http://cafetongin.tistory.com/trackback/37 관련글 쓰기

  1. Subject: Binäre Optionen Erfahrungen hier klicken

    Tracked from Binäre Optionen Erfahrungen hier klicken 2014/09/08 08:49  Delete

    카페통인 :: [후기] 카페통인과 함께하는 작은 음악회

댓글을 달아 주세요

티스토리 툴바